부운 浮雲 / 나옹선사
空手來 空手去 是人生
[공수래 공수거 시인생]
빈손으로 왔다가 빈손으로 가는 것
이것이 인생이다
生從何處來 死向何處去
[생종하처래 사향하처거]
태어남은 어디서 오며
죽음은 어디로 가는가.
生也一片浮雲起 死也一片浮雲滅
[생야일편부운기 사야일편부운멸]
태어남은 한조각 구름이 일어남이요.
죽음은 한 조각 구름이 사라지는 것인데
浮雲自體本無實 生死去來亦如然
[부운자체본무실 생사거래역여연]
뜬구름 자체는 본래 실함이 없나니
태어남과 죽음도 모두 이와 같다네.
獨有一物常獨露 澹然不隨於生死
[독유일물상독로 담연불수어생사]
여기 한 물건이 항상 홀로 있어
담연히 생사를 따르지 않는다네.
이 시(詩)는 고려 공민왕때 왕사(王師)를 지냈던 나옹화상(懶翁和尙)의 누님이
동생인 나옹에게 염불을 배우고 나서 스스로 읊었다는 "부운(浮雲)"이라는 빼어난
선시(禪詩)라 한다. 태어남과 죽음을 한조각 뜬구름(一片浮雲)에 비유한 시라고
나옹의 누님은 틈만 나면 동생 나옹을 위해 밑반찬을 만들어 나옹이
칩거해있는 암자로 찾아와 함께 공양을 들며 혈육지정을 나누곤 돌아갔다.
그런 누님에게 나옹은 경전도 읽고 염불도 배워 마음공부를 열심히 하라고
청했으나 누님은 말하길
"자네가 이미 득도하여 높은 경지에 있으니 자네의 누나인 나는 공부를
안 해도 저절로 득도한 게 되는데 내가 왜 새삼스럽게 공부를 할 것인가"
며 한사코 불법 닦기를 게을리했다.
어느날
누님이 맛깔스런 반찬을 만들어 나옹을 찾아왔더니
그때 나옹은 점심공양을 혼자 들고있었다.
평소와 다른 나옹의 태도에 누나는 내심 괴이한 생각이 들었지만
나옹이 공양을 끝내기를 기다린 후에 뽀루퉁해 물었다.
누님 : 나옹, 이 누나는 배가 고픈데 왜 자네는 같이 먹자는 말도 없이 혼자만 드시는가?
나옹 : 누님, 누님의 동생인 내가 배부르면 누님은 안 자셔도 저절로 배가 부르는 게 아니오?
나옹의 당기일구에 홀연 깨달은 누님은 그 후 마음공부를
게을리 하지않고 지극정성으로 하여 마침내 득도하게 되었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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