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관

[스크랩] 12지지에 관한 민속학회의 보고문....^^

미르뫼 2013. 9. 3. 13:54


열두 띠 순서, 어떻게 정했을까?

매년 해가 바뀌면 어김없이 찾아오는 습속이 있다. 바로 ‘띠이다. 예부터 우리 선조들은 열두 동물들의 이름을 붙여 ’무슨 무슨 띠‘라고 불렀다. 때문에 태어나는 순간에 띠는 운명적으로 정해져 싫든 좋든 평생을 따라 다닌다. 나이를 물을 때도 몇 살이 아니라 무슨 띠냐고 묻는다. 같은 해에 태어난 사람은 그 해의 동물 이미지가 심성에 투영되어 비슷한 성격이나 운명을 갖는다고 생각했다. 양띠 해에 태어나면 착하고 온순하다거나, 호랑이 해에 태어나면 범처럼 날쌔고 용맹할 것이라고 여긴다.
흔히 띠를 ‘속상(屬相)’ 또는 ‘생초(生肖)’라 부른다. 상(相)이란 면상, 즉, 얼굴이란 뜻이다. 얼굴은 그 사람의 심성을 나타낸다. 다시 말해 십이지지란 자아의 내면 세계를 대변하는 12가지 동물의 얼굴을 나타낸 것이다.

열두 동물이 선택된 배경

그렇다면 하고많은 동물 중 하필 12동물만이 선택되었을까? 그중 하나가 신체결함설이다. 십이지에 뽑힌 동물들은 하나같이 신체상으로 이상이 있다는 것이다. 쥐는 쓸개(혹은 어금니)가 없고, 소는 윗니가 없고, 호랑이는 목이 없고, 토끼는 신장이 없고, 용은 귀가 없고, 뱀은 다리가 없고, 말은 쓸개가 없고, 양은 눈동자가 없다. 원숭이는 엉덩이(혹은 지라)가 없고, 닭은 양물이 없고, 개는 위가 없고, 돼지는 힘줄이 없다는 것이다. 실제 원숭이는 다른 동물에 비하여 엉덩이가 거의 나와있지 않고 지라가 없어 그런지 비위도 약하고 화도 잘 낸다고 한다.

또 다른 설은 하늘과 땅의 기운 즉, 음양의 기운을 가장 순수하게 타고난 동물만을 골랐다는 음양설이다. 짐승의 타고난 기운이 음인지 양인지는 발가락 수를 가지고 결정한다. 발가락이 하나로 된 것은 순수한 양기로 태어난 것이다. 그것은 가장 강한 양기를 뜻하기도 한다. 실제 모든 동물 중 발굽이 하나로 된 짐승 가운데 크기나, 색깔, 성격이 가장 순수한 것은 말이다. 말은 발가락이 갈라지지 않은 단제이다. 말을 한낮 가장 양기가 왕성한 시간대인 2시, 방위를 정남으로 삼은 것도, 말이 가장 양기가 강하기 때문이다. 또 음양으로 볼 때 쥐 호랑이 용 말 개는 모두 양(陽)이다. 이들 동물은 발가락이 모두 홀수이다. 쥐 호랑이 개 원숭이 용은 모두 발가락이 다섯 개이고 말은 발가락이 1개이다. 반면 소 토끼 뱀 양 돼지는 모두 음으로 짝수이다. 소는 발굽이 둘로 갈라져 있고 토끼는 입술이 갈라져 있고 뱀은 발가락이 없는 대신 혀가 두 개고 양과 돼지는 모두 발톱이 네 개이다. 이 같은 ‘발가락 우기설(偶奇說)’로 열두 동물을 선정한 것에 대해 조선후기 이수광 선생도 『지봉유설』에서 매우 이치에 맞는 설이라 하였다.
또한 열두 동물의 배열은 마음내키는 대로 한 것은 아니다. 십이지는 동적인 양의 동물과 정적인 음의 동물이 각각 여섯이다. 첫 번째가 양이면 다음은 음, 한 놈이 홀수면 다른 한 놈은 짝수이고, 하나가 크면 다른 하나는 작고, 또 한쪽이 집에서 기르는 가축이라면 다른 한쪽은 들에 사는 야수이다. 이런 순서로 12지 동물을 상반되게 배정하였다. 나름대로 일정한 원리와 규칙을 내포하였음을 알 수 있다.

쥐가 열두 동물의 첫 자리에 선 까닭

쥐는 덩치도 가장 작을뿐더러 볼품도 없다. 그런데도 쥐가 열두 띠 중 첫 자리에 들게 된 까닭은 무엇일까.

“옛날 옥황상제가 동물들에게 지위를 주고자 했다. 선발 기준을 고민하다가 정월 초하루에 제일 먼저 도착한 짐승부터 자리를 주겠다고 했다. 달리기라면 소는 자신이 없다. 말이나 개나 호랑이는 말할 것도 없고 멧돼지, 토끼에게도 이길 가망이 없다. 그것을 안 소는 남보다 일찍 출발해야겠다고 다짐을 하고 남들이 다 잠든 그믐날밤에 길을 나섰다. 아무리 빨리 달려도 먼저 도달할 수 없음을 안, 눈치 빠른 쥐가 이를 보고 잽싸게 소 등에 올라탔다. 마침내 소는 동이 틀 무렵 궁정 앞에 도착했다. 문이 열리는 순간, 쥐가 날쌔게 한 발 앞으로 뛰어내려 소보다 먼저 문을 통과하여 1등이 되었다. 소는 분했지만 두 번째가 될 수밖에 없었다. 천리를 쉬지 않고 달린 호랑이는 3등이, 달리기에 자신이 있는 토끼는 도중에 낮잠을 자는 바람에 4등이 되고 그 뒤를 이어 용 뱀 말 양 원숭이 닭 개 돼지가 차례로 들어왔다.”
고 한다. 이야기치고는 매우 그럴싸하다. 하지만 이것은 누군가가 쥐는 훔치고 소는 정직하고 고지식하다는 교훈적인 뜻을 강조하기 위해 지어낸 이야기다.

중국의 12지 연구가 오유성은 쥐가 맨 앞에 서게 된 내력을 이렇게 서술했다.

“하루는 부처님이 지혜의 문을 관장하는 대세지보살에게 극락으로 통하는 12개 문을 지킬 수문장을 지상의 동물 중에서 뽑아 1년씩 돌아가면서 지키도록 했다. 이에 대세지보살은 12 동물을 선정하고 이들의 서열을 정하기 위해서 모두 불러모았다. 고양이는 열두 동물 중 모든 동물의 스승이었기에 제일 앞자리에 앉혔다. 그리고 순서대로 소 호랑이 토끼 용 뱀 말 양 원숭이 닭 개 돼지를 앉혔다. 대세지보살은 12동물의 서열을 정한 후 부처님에게 훈계를 청하기 위해 맞이하러 갔다. 부처님을 기다리고 있던 고양이는 갑자기 뒤가 마려워 참다 참다 견딜수가 없어 잠시 으슥한데 가서 뒤를 보려고 자리를 비웠다. 그 사이 부처님이 오셨다. 부처님이 소집된 동물들을 살펴보니 동물 하나가 부족했다. 어찌된 영문인지 몰라 물어보니 마침 고양이를 따라 구경온 생쥐가 쪼르르 달려 나와 부처님에게 말했다. 자신은 고양이 친구인데 고양이는 수문장의 역할이 힘들고 번거로워 수문장이 싫다고 고향으로 돌아갔다고 거짓말을 했다. 부처님은 어쩔 수 없어 쥐에게 고양이 대신 수문장을 맡으라고 했다. 한번 뱉은 말을 다시 주워담을 수가 없으므로 마침내 쥐를 포함한 12동물이 극락의 수문장이 되었다. 뒤늦게 이 사실을 안 고양이는 영원토록 쥐를 잡으러 다니게 되었다.”

쥐와 고양이가 서로 천적이 된 내력을 우화적으로 재미있게 꾸몄다. 하지만 이것도 설득력이 약하다. 또 다른 음양과 관련된 설이다.

“선조대왕이 어느 날 경연에 임하셨는데 쥐 한 마리가 어전을 지나갔다. 왕은 매우 의심쩍은 기색으로 ‘쥐란 짐승은 저렇게 외모도 못생기고 사람에게 해를 끼치는 것이 많거늘 어찌하여 육감의 쥐로 십이 간지 중 첫 자리에 놓았는고. 경 등은 그 까닭을 아는가?’ 그때 유희춘이란 신하가 대답하기를, ‘다름이 아니오라 쥐의 앞 발가락은 넷이요, 뒷 발가락은 다섯입니다. 음양으로 보아 짝이 맞는 수는 음에 속하고, 짝이 맞지 않은 수는 양에 속합니다. 여러 짐승 중에 한 몸뚱이에 이와 같이 음양이 상반되는 짐승은 쥐 이외에는 별로 없습니다. 원래 음기라는 것은 밤중에 되면 사라지고 뒤미처 양기가 생기게 됩니다. 그리하여 쥐로써 열두시 중에 첫 꼭대기에 놓아 자 축 인 묘 순으로 나누게 된 것은 음에 속하는 앞발을 내 디딘 다음 양에 속한 뒷발을 내디딘다는 뜻을 취한 것이니 밤 열두시는 양기가 생기는 때인 까닭입니다.”
고 하였다.

실제 쥐는 앞 발가락이 4개, 뒤 발가락이 5개로 앞은 양, 뒤는 음으로 한 몸에 음과 양을 동시에 갖추고 있다. 양이 처음 생기는 시초가 되는 밤 11시에서 새벽 1시 사이에 자시를 두어 하루의 시초로 삼은 것도 쥐가 음양의 이치를 동시에 구비했기 때문이다. 쥐는 비록 몸짓은 보잘것없지만 번식력이 가장 왕성하고 가장 빠르게 늘어 예부터 다산과 생명력의 상징으로 비유되었다. 쥐를 열두 동물 중 가장 앞자리에 세우고, 남북의 중심축으로 삼고, 쥐를 나타내는 자(子)로 자식이란 뜻의 ‘자(子)’자를 쓴 것은 결코 우연이 아니다.

정 종 수 (국립민속박물관 민속연구과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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