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 고무신
- 하성운 -
뒤꿈치 헐었다고 위엄마져 헐었다더냐
댓돌 위 앉아만 있어도 태산 같은 아버지시다
물을 벗어나지 못하는 물고기 마냥
나무를 벗어나지 못하는 송충이마냥
비탈길 살펴가며 이끌어온 고무신,
누군들 비단길 사뿐사뿐 가고픈 마음인들
없었겠는가
하루에도 수 십 번 울컥울컥 토해 버리고 싶은 삶,
새벽부터 밤늦도록 질퍽한 길,
시린 돌 뿌리 차가며 찍어놓은 신발 자국
작은 가슴으로 어찌 그 속을 알겠소만,
반생을 살아온 지금도 난 모르오
긴 사래밭 고랑에 앉아
하얀 담배연기 허공에 한숨 섞어 내뿜으시던
아버지...
차갑게 느껴지던 절벽 같은 아버지 등에도
따스한 피가 흐르고 있다는 걸
등에 업혀 냇물 건널 때 비로소 알았습니다
소등에 가을 곡식 바리바리 싣고
하얀 고무신 뽀얗게 닦아신고
사뿐사뿐 장에 가시던,
해거름 저잣거리 국밥집 탁배기 한 사발에
꼬부라진 육자배기 흥얼흥얼 밟고 오시던
오늘은 아버지가 그립습니다
'좋은글' 카테고리의 다른 글
♧ 고부간의 인연 ♧ (0) | 2014.11.26 |
---|---|
[스크랩] 노인의 오형오락(五刑 五樂) (0) | 2014.11.07 |
[스크랩] 한국의 설화(說話)총람(저장해 두고 보세요?) (0) | 2014.08.03 |
[스크랩] 인생 지침 (人生 指針) (0) | 2014.07.12 |
[스크랩] 인생살이 도움되는 글 // 7월12일 (토요일) (0) | 2014.07.1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