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시.한시.

[스크랩] 충신 악비가 쓴 제갈공명 출사표 탁본

미르뫼 2014. 6. 30. 13:28

 

 

 

백두산석마도진 (白頭山石磨刀盡) 백두산 돌들은 칼을 갈아 다 없애고

두만강수음마무 (頭滿江水飮馬無) 두만강 강물은 말을 먹여 다 없애리.

남아이십미평국 (男兒二十未平國) 사나이로 태어나 이십대에 나라를 평안하게 하지 못하면

후세수칭대장부 (後世誰稱大壯夫) 후세에 뉘라서 대장부라 칭하리요.

 

우리 역사상 억울하게 죽어 간 대명사로 일컬어질 만치 유명한 <남이장군의 북정가>이다

스물일곱의 꽃다운 나이.

열 여덟에 이시애의 반란을 평정하여 임금의 신임을 두텁게 얻어 북방을 지키던 뛰어난 장수였는데, 그의 출세를 시기하는 무리들에 의해 역모로 몰려 형장의 이슬로 사라지고 만다. 

그를 시기하는 무리들이 역모의 근거로 들이댄 것이 바로 이 시의 세번째 줄 <남아이십미평국>을 <男兒二十未得國>이라고 지었다 해서 반역으로 처형했다고 한다.

그  젊은 원혼이 얼마나 사무쳤으면 지금도 무속들이 잡귀를 쫓을 때 남이장군의 혼령을 부르면 잡귀들이 무서워 얼씬을 못한다고 한다.

 

중국의 역사에 삼대충신이 등장한다.

제갈공명과 문천상, 그리고 악충무왕으로 숭상받는 송나라의 장군 악비이다.

악비 또한, 금나라에 쫓겨 수도를 빼앗기고 남쪽으로 천도하여 허약한 나라를 지탱하던 남송의 장수로 금나라와 대항하여 싸우다가 억울하게 누명을 쓰고 서른일곱의 나이로 처형되고 만다.

남이장군보다 열살을 더 살았으나 서른일곱 한창의 나이에 진충보국으로 헌신했던 국가의 간성이 누명을 쓰고 형장의 이슬로 사라지고 마는 이 억울한 운명을 어찌 필설로 형헌할 수 있을까.

 

악비가 지은 <만강홍 滿江紅>이라는 시다.

 

성난 머리칼은 관을 뚫을 지경인데, 난간에 기대어 바라보니 쓸쓸히 내리던 비가 그치네

눈을 들어 하늘을 바라보며 크게 소리 지르니, 장사의 감회가 끓어오른다.

삼십년간 쌓은 공명이 한갖 먼지에 불과하고,

팔천리 내달렸던 길도 그저 구름과 달빛처럼 흔적없구나.

더이상 기다릴 수 없다.젊었던 머리칼은 어느새 희어졌으니 비감한 마음만 애절할 뿐

정강의 치욕은 아직 설욕하지 못했으니 신하로서의 한을 어느 때나 풀 수 있을 것인가.

전차를 몰고 하란산을 짓밟아 무너뜨리리라,

배 고프면 오랑캐의 살로 배를 채우며, 목 마르면 흉노의 피를 마시리라.

옛 산하를 다시 되찾은 후에 황제를 만나 뵈러 가리라.

 

이렇게 충신의 대명사로 불리우는 악비(서기1103~1142년)가 중국 역대 충신의 제일로 꼽히는 제갈공명(서기181~234년)의 출사표를 썼다. 천하의 명필이다.

악비는 장군이었지만 송나라의 대표적인 서예가로 꼽힐만치 문무겸전의 충신이었다.

이 출사표는 중국의 역대 명문장을 모아 놓은 <고문진보-古文眞寶>라는 책에 실릴 만치 사람의 심금을 울리는 유명한 문장으로, 이 출사표를 읽고 눈물을 흘리지 않는 자는 선비가 아니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중국 뿐만 아니라, 우리나라와 일본에서도 널리 알려진 글이다.

 

묘한 인연으로 악비가 쓴 제갈공명의 출사표 탁본을 구할 수가 있었다.

밤을 새워가며 보고 또 보았다.

그리고는 후일, 한문을 모르는 아이들과 다른 사람들에게도 도움되게 해야겠다는 마음이 일어 탁본에다 해석을 붙여 놓기로 했다.

 

<제갈공명의 출사표 탁본 -1>

 

 

 

 

신량언(臣亮言) 선제창업미반(先帝創業未半)  이중도붕조(而中道崩俎)  금천하삼분(今天下三分)  익주파폐(益州罷弊)  차성위급존망지추야(此誠危急存亡之秋也)  

 

신 제갈량이 말씀 올립니다. 선제께서 창업한 지 반도 안 되어 중도에 붕어하셨습니다. 이제 천하가 셋으로 갈리어 익주가 피폐해졌으니, 진실로 위급 존망의 때입니다.

 

연시위지신(然侍衛之臣)  불해어내(不懈於內)  충지지사(忠志之士)  망신어외자(忘身於外者)  개추선제지수우(蓋追先帝之殊遇)  욕보지어폐하야(欲報之於陛下也)  

 

 그러나 모시는 신하들이 안에서 게을리 하지 않고, 충성의 뜻을 지닌 무사들이 바깥에서 국토를 보위하고 있는 것은 대체로 선제의 특별한 대우를 입어 이것을 폐하께 갚고자 하는 것입니다.

 

 

성의개장성청(誠宜開張聖聽)  이광선제유덕(以光先帝遺德)  회홍지사지기(恢弘志士之氣)  불의망자비박(不宜妄自菲薄)  인유실의(引喩失義)  이색충간지로야(以塞忠諫之路也)

 

 진실로 폐하는 총명한 귀를 활짝 열어, 선제의 끼치신 덕을 널리 빛내고, 지사의 의기를 넓히고 키우는 것이 옳을 것입니다. 함부로 자기 스스로를 덕이 엷다고 낮추어서, 조리에 맞지 않는 비유를 끌어다 변명하며, 진심에서 우러나는 충간을 막는 것은 옳지 못하다 할 것입니다.

 

 

궁중부중(宮中府中)  구위일체(俱爲一體)  척죄장부(陟罪臧否)  불의이동(不宜異同)  약유작간범과(若有作奸犯科)  급위충선자(及爲忠善者)  의부유사(宜付有司)  논기형상(論其刑賞)  이소폐하평명지리(以昭陛下平明之理)  

 

 궁중과 부중은 한가지로 일체입니다. 선악을 상주고 벌주되, 틀림이 없어야 합니다. 만약 간악한 짓을 범한 자와 충성과 선행을 한 자가 있으면 사직에 부쳐서 그 형벌과 상찬을 논함으로써 폐하의 공평하고 도리에 밝은 정치를 세상에 드러내야 할 것입니다.

 

 

<탁본 -2>

 

 

 

불의편사사내외이법야(不宜偏私使內外異法也)  시중시랑(侍中侍郞)  곽유지비위동윤등(郭攸之費褘董允等)  차개양실(此皆良實)  지려충순(志慮忠純)  시이선제간발(是以 先帝簡拔)  이유폐하(以遺陛下)

 

 한쪽으로 치우쳐 이곳과 저곳이 법이 달라서는 아니 됩니다. 시중, 시랑, 곽유지, 비위, 동윤 등, 이들은 모두 선량하고 진실하며, 뜻이 곧고 충성스러우며 맑은 사람들입니다. 이런 까닭에 선제께서 발탁하시어 폐하께 내려주셨습니다.

 

 

우이위궁중지사(愚以爲宮中之事)  사무대소(事無大小)  실이자지연후시행(悉以咨之然後施行)  필능비보관루(必能裨補闕漏)  유소광익(有所廣益)  장군향총(將軍向寵)  성행숙균(性行淑均)  효창군사(曉暢軍事)  시용어석일(試用於昔日)  선제칭지왈능(先帝稱之曰能)

 

 생각컨대, 궁중의 일은 일의 대소를 막론하고 이들과 상의하면 좋을 것입니다. 그런 후에 시행하면 반드시 남거나 모자람 없이 널리 이익 되는 것이 있을 것입니다. 장군 향총은 성행이 선량하고 치우침이 없으며, 군사실무에 밝습니다. 예전에 써보시고 선제께서 능력이 있다 하셨습니다.

 

 

시이중의(是以衆議)  거총위독(擧寵爲督)  우이위영중지사(愚以爲營中之事)  사무대소(事無大小)  실이자지(悉以咨之)  필능사행진화목(必能使行陣和睦)  우열득소(優劣得所)

 

 그래서 여러 사람과 의논하여 향총을 들어 장관을 삼았습니다. 생각컨대, 군사의 일은 일의 대소를 막론하고 이 사람과 상의하면 능히 군영내의 사람들을 화목하게 하고, 우열을 잘 가려 적당한 사람을 적당한 직책에 배치할 수 있을 것입니다.

 

 

친현신(親賢臣)  원소인(遠小人)  차선한소이흥륭야(此先漢所以興隆也)  친소인원현신(親小人遠賢臣)  차후한소이경퇴야(此後漢所以傾頹也)  선제재시(先帝在時)  매여신론차사(每與臣論此事)  미상불탄식(未嘗不歎息)

 

<탁본 -3>

 

 

 

통한어환령야(痛恨於桓靈也)

 

 어진 신하를 친하고, 소인을 멀리함은, 선한의 흥성한 까닭이요, 소인을 친하고 현신을 멀리함은, 이는 후한이 몰락한 까닭입니다. 선제께서 계실 적엔 늘 신과 더불어 이 일을 의논하시며, 환제, 영제 때의 정치 문란에 탄식하고 통한하셨습니다.

 

 

시중상서장사참군(侍中尙書長史參軍)  차실정량사절지신(此悉貞亮死節之臣)  원폐하친지신지(願陛下親之信之)  즉한실지륭(則漢室之隆)  가계일이대야(可計日而待也)

 

 시중상서, 장사, 참군, 이들은 모두 절개있고 진실하니 충절에 죽음도 불사할 인물들입니다. 폐하는 이들과 친하시고, 이들을 믿으면, 곧 한실의 부활은 가히 날을 세어 기다릴 수 있을 것입니다.

 

신본포의(臣本布衣)  궁경남양(躬耕南陽)  구전성명어난세(苟全性命於亂世)  불구문달어제후(不求聞達於諸候)  선제불이신비비(先帝不以臣卑鄙)  외자왕굴(猥自枉屈)  삼고신어초려지중(三顧臣於草廬之中)  자신이당세지사(諮臣以當世之事)

 

 신은 본시 벼슬도 없는 미천한 몸으로 몸소 남양에서 밭이나 갈며, 이 난세에 간신히 생명이나 보전할 뿐, 나의 이름이 제후의 귀에 들리기를 원하지 않았는데, 선제(先帝)께서 저를 비천하다 하지 않으시고, 외람되게도 스스로 굽히시어, 세 번이나 저의 초라한 집을 찾으시며, 신에게 당시의 세상사를 물으셨습니다.

<유명한 삼고초려 三顧草廬의 고사가 여기서 유래함>

 

유시감격(由是感激)  허선제이구치(許先帝以驅馳)  후치경복(後値傾覆)  수임어패군지제(受任於敗軍之際)  봉명어위난지간(奉命於危難之間)  이래이십유일년의(爾來二十有一年矣)  선제지신근신(先帝知臣謹愼)   고임붕기신이대사야(故臨崩寄臣以大事也)

 

 신은 이로 말미암아 감격하여 선제(先帝)께 견마의 충성을 바칠 것을 허락하였습니다. 뒤에 장판교 싸움에 패하여 나라가 기울어질 즈음 나라를 구하는 임무를 맡아, 그 이래 이십 일년이 지났습니다. 선제(先帝)께서 저의 신중함을 아는 까닭에 임종하실 적에 저에게 적군 토벌과 한실(漢室)중흥의 큰 일을 당부하셨던 것입니다.

 

 

수명이래(受命以來)  숙야우려(夙夜憂慮)  공탁부불효(恐託付不效)  이상선제지명(以傷先帝之明)  고오월도려(故五月渡瀘)  심입불모(深入不毛)  금남방이정(今南方已定)  갑병이족(甲兵已足)

 

 명을 받은 이래, 밤낮으로 숙고하였지만 토벌의 효력은 나지 않아, 선제의 총명함을 상할까 두려워하였습니다. 까닭에 5월에 여수를 건너, 깊이 불모의 땅으로 진격하였습니다. 이제 남방은 이미 평정되고, 군사와 장비도 충족되었습니다.

 

 

당장솔삼(當奬率三)

 

<탁본 -4>

 

 

 

군(軍)  북정중원(北定中原)  서갈노둔(庶竭駑鈍)  양제간흉(攘除姦凶)  흥복한실(興復漢室)  환어구도(還於舊都)  차신소이보선제(此臣所以報先帝)

 

 마땅히 삼군을 거느리고 북으로 나아가 중원을 평정할 것입니다. 바라건데 둔한 재주를 다하여 흉칙한 적을 물리쳐 한실을 부흥하고, 옛 도읍에 돌아가고자 함이니. 이는 신이 선제께 보답하고 폐하께 충성하는 직분이라 믿기 때문입니다.

 

 

충폐하지직분야(忠陛下之職分也)  지어짐작손익(至於斟酌損益)  진진충언(進盡忠言)  즉유지위윤지임야(則攸之褘允之任也)  원폐하착신이토적흥복지효(願陛下託臣以討賊興復之效)불효즉치신지죄(不效則治臣之罪)  이고선제지령(以告先帝之靈)

 

 손해와 이익을 짐작하고 충언을 다해야 하는 사람들로서는 곧 곽유지, 비위, 동윤 등이 맡은 바 임무입니다. 원컨대 폐하는 신에게 맡기기를 적들을 부수고, 한실부흥의 실효를 거두는 책임을 맡겨주시기 바랍니다. 만약 실제 효과가 없다면 신의 죄를 다스려서 선제의 영혼에 고하여 주십시요.

 

 

 약무흥덕지언(若無興德之言)  책유지위윤등지구(責攸之褘允等之咎)  이창기만(以彰其慢)  폐하역의자모이자취선도(陛下亦宜自謀以諮諏善道)  찰납아언(察納雅言)  심추선제유조(深追先帝遺詔)

 

 만약 흥덕의 말씀이 없다면 유지, 위, 윤 등의 허물을 책하여서 그 태만함을 밝혀 주시기 바랍니다. 폐하도 또한 의당히 스스로 도모하시어서 선책을 자문하시고, 바른 말을 살펴 거두어, 깊이 선제의 유조를 따라 주시기 바랍니다.

 

 

신불승수은감격(臣不勝受恩感激)  금당원리(今當遠離)  임표제읍(臨表涕泣)  부지소운(不知所云)

 

 신은 은혜를 받은 감격을 이기지 못하여 이제 멀리 출정에 앞서 표를 올림에 눈물이 나와 할 말을 더 잇지 못하겠나이다.

 

 

 

출처 : i무릉도원/imrdowon
글쓴이 : 도원장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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