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교

[스크랩] 통도사 적멸보궁 영기문으로 비밀 풀렸다

미르뫼 2014. 6. 3. 18:22

“통도사 적멸보궁, ‘영기문(靈氣紋)’으로 비밀 풀렸다!”
강우방 교수, 일향한국미술사연구원 특강서 발표
영기문에서 만물이 생성됐다는 영기화생 이론을 펼친 강우방 교수(일향한국미술사연구원)

“통도사 적멸보궁은 ‘생명’을 화두로 영기문(靈氣紋)으로 장식된 법계(法界)다.”

부처님 진신사리를 봉안한 통도사 금강계단(金剛戒壇) 참배를 위해 지어진 적멸보궁의 건축 구조 및 문양 하나하나가 ‘생명’을 화두로 ‘법계’를 표현했다는 주장이 있어 눈길을 끈다. 석굴암 연구로 유명한 원로 한국미술사가 강우방 교수는 9월 3일 일향한국미술사연구원에서 열린 ‘통도사 적멸보궁 건축의 장대한 영기화생’을 주제로 특강했다. 일향한국미술사연구원 개원 4주년을 기념한 특강에서 강 교수는 통도사 적멸보궁의 해석을 통해 불교와 불교조형의 원형을 재조명했다.

강우방 교수가 말하는 영기문의 기본 생성과정

# 통도사 적멸보궁 건축 모티브는 ‘생명’
강 교수는 “<화엄경>은 적멸도량에서 설해지며, 이는 법계다. 통도사 적멸보궁은 궁극의 상징을 통해 적멸의 세계를 표현했다”고 주장했다. 강우방 교수는 “적멸보궁은 적멸의 세계를 표현하기 위해 영기가 가득 찬 상태를 표현했다”며, 궁극의 상징을 ‘영기문(靈氣紋)’이라 칭했다.

“영기문은 끊임없이 생성 반복되는 무늬로 생명의 탄생과정과 소우주를 뜻한다”는 강 교수는 영기문에 앞서 동양 사상에 담긴 ‘생명’ 개념을 설명했다.

통도사 천장을 장식한 영기문

그는 “불교사상의 중심 개념은 ‘생명’이다. 노장사상도 같다. 적멸보궁도 ‘생명’을 중심으로 건축됐다”고 말했다. 이어 “생명의 근원은 물”이라며, “생명은 탄생과 성장, 소멸 과정을 거치며, 생명생성의 과정을 조형적으로 표현한 것이 영기문”이라 주장했다.

강우방 교수는 “일체가 비로자나법신인 것처럼 일체가 영기문”이라 말했다. 이어 “비로자나불과 영기문이 하나인 절대적 공간을 적멸보궁이 만들어 냈다”고 강조했다.

불상이 없는 적멸보궁 양식은 한국에만 있다. 강 교수는 “불상 없는 전각은 선종(禪宗) 영향을 받은 독특한 가람 형태”라며, “적멸보궁은 조선시대 선종의 위대한 산물”이라 말했다.

고구려 강서중묘에 표현된 영기문

# 제1, 제2, 제3 영기 싹
기단ㆍ단청 등 적멸보궁 전부를 장식한 ‘영기문’을 찾아 보인 강우방 교수는 영기문을 세가지로 분류했다. 제1 영기 싹, 제2 영기 싹, 제3 영기 싹으로 생성정도에 따라 이름 붙인 강 교수는 “세가지 영기 싹은 독립적으로 사용되면서 끊임없이 반복하며 다양한 영기문으로 발전한다”고 설명했다.

강우방 교수는 “적멸보궁 천장의 중심부, 궁륭(활이나 무지개같이 한가운데가 높고 길게 굽게 만든 천장) 천장 바닥 속에 숨겨졌던 화려한 영기문은 ‘제3 영기 싹’이 연결돼 전개해 있었다”고 말했다. 이어 “불화에서 가장 높은 곳, 가장 먼 곳을 현색(玄色)이라는 검은색, 군청색으로 칠한다. 적멸보궁은 외부 석재 기단에서부터 시작된 영기문이 천장 속 가장 깊은 영적인 세계에 이르기까지 영기문으로 장식됐다”고 강조했다.

강희13년명 향로에 그려진 영기문

# 통도사 적멸보궁 천장의 상징
강우방 교수는 “조선시대 사원 천장은 평평하지만, 둥근 궁륭으로 인식해야 한다”고 전제하고, “적멸보궁 천장 가운데는 사방 2m 정도의 감실로 구성됐다”고 설명했다.

강 교수는 “천장 감실 바탕은 어두운 현색으로 밤하늘의 천공을 뜻한다. 그 밤하늘의 천공에 제3 영기 싹으로 연결된 무늬들이 있다”며, 실측보고서에도 기록되지 않았던 문양을 찾아 소개했다.

강우방 교수는 “생명의 생성과정을 보인 영기문이 배경으로 표현된 것은 적멸보궁의 클라이막스”라며, “영기문으로 연꽃 상징의 비밀을 풀었다”고 강조했다.

“연꽃 문양은 연꽃이 아닌 영기를 연꽃처럼 형상화한 것으로, 우주에서 역동적으로 생성하는 생명과 생명의 세계를 상징한다”는 것이 강 교수의 해석이다.

강희13년명 향로에도 영기문이 있다.

# 영기에서 만물 탄생해
강우방 교수는 “연꽃 문양은 연꽃이 아니고, 봉황 문양은 봉황이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강 교수는 “영기를 연꽃처럼, 봉황처럼 형상화한 것을 알지 못하고 잘못 이름 붙였다”고 역설했다. 그는 “귀면(鬼面)ㆍ인동문(忍冬紋) 등도 영기를 형상화한 것이라며, 용어에 걸려 본질을 몰랐던 것”이라 분석했다.

영기에서 여래, 보살 등이 화생했다는 강 교수의 ‘영기화생(靈氣化生)’이론에 따르면, 연꽃이 보살의 오른발을 바치고 있다는 ‘수월관음도’ 해석도 잘못됐다. “연꽃에서 보살이 화생했고, 보살이 손에 든 연꽃 역시 영기 싹으로 생명 생성을 뜻한다”는 것이 강 교수가 말하는 수월관음도의 진실이다.

강우방 교수는 “만물 생성의 근원을 보여주는 추상적 무늬인 영기문에서 용(龍)ㆍ봉(鳳)ㆍ연꽃 등 구상적 형태가 창안돼, 용ㆍ봉ㆍ연화가 만물생성의 근원이 됐다”고 설명했다. 이어 적멸보궁 불단에 장식된 수백개 문양을 예로, “문양은 상상 속의 동ㆍ식물들로 영기를 형상화한 것”이라 분석했다.

더 나아가 강 교수는 “만물생성의 근원이 석가여래나 예수 등 성인(聖人)으로 의인화됐다”고 주장했다. 법신ㆍ보신ㆍ화신의 삼신설을 예로, “석가모니불의 본질을 드러낸 비로자나불은 태양을 상징한다. 이는 바로 진리의 빛을 뜻한다”고 말했다. 강우방 교수는 “예수가 쓴 가시관도 빛을 상징화해했다”고 역설했다.

강 교수는 “비로자나불이 빛이라면, 관세음보살은 물을 상징한다”며, “만물생성 근원인 물과 태양은 여러 신적(神的) 존재로 형상화됐다”고 말했다.

강우방 교수는 통도사 범종에 그려진 보살도 제3영기싹을 들고 있다고 설명했다.

# 적멸보궁은 ‘영기화생’한 상징
강우방 교수는 “적멸보궁은 영기화생한 건축에서 다시 영기가 발산하는 영기표현의 원리를 그대로 형상화했다”고 주장했다. 강 교수는 “적멸보궁의 기단부ㆍ축부ㆍ공포부ㆍ지붕부를 분석한 결과, 적멸보궁 전체가 영기화생하는 장엄한 광경을 연출하고 있다”며, “거대한 목조건축 전체가 홀연히 우리 앞에 나타난 형국”이라 설명했다. 이어 “적멸보궁의 홀연한 현신이 소우주의 나타남”이라며, “법계가 우리 앞에 펼쳐진 것”이라 강조했다.

적멸보궁의 거대한 향로와 지붕의 청동찰간 보주도 영기문이었다. 강 교수는 “적멸보궁은 영화된 기단에서 사방으로 영기문을 발산시키며, 동시에 거대한 법계(소우주)를 영기화생시키고 있다. 적멸보궁 지붕 중심에 우뚝 선 2m 높이의 상륜부는 여러 가지 영기문으로 장엄한 가장 강력한 영기문”이라 해석했다.

적멸보궁 청동 상륜부를 채색분석한 그림. 제3영기문과 그 덩굴에서 옴자가 화생한 것을 알 수 있다.

# 불교예술 해석의 새 패러다임- 영기문

영기문은 통도사 적멸보궁에만 있을까? 강우방 교수는 수렵총에 동물 형상, 쌍영총 항아리, 각저총, 전주 풍남문 화반, 수원성 용머리, 운강석굴, 팔상탱의 궁전, 정병 손잡이, 황남대총 북분, 마곡사 괘불 등 수많은 불교미술과 건축물에서 영기문을 찾아보였다.

강 교수는 “지식보다 상상력이, 역사보다 신화가 중요하다”며, “영기문을 통해 불교적ㆍ도교적ㆍ유교적 표현을 가장 근원적인 영기문으로 환원시키는 작업을 계속하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통도사 적멸보궁은 기단부터 상륜부에 이르기까지 거대한 영기화생을 현현하고 있다.

tip‘영기화생’ 이론은?

우주만물이 영기에서 탄생한다는 영기화생(靈氣化生) 사상은 동양에 오래전부터 있었다. 최근 일본학자 이노우에 다다시(井上正)가 ‘운기화생(雲氣化生)’이란 용어로 영기화생의 조형화를 처음 제기했다. 강우방 교수는 구름을 주로 연상되는 운기(雲氣)라는 명칭 대신, 신령스러운 영기 즉 영기무늬(靈氣紋)라는 용어를 만들었다.

한편 인도의 신인 비슈누 배꼽에서 연꽃이 생기고 그 연꽃에서 브라마(梵天)가 탄생해 만물이 창조됐다는데서 불교미술에서는 연화화생(蓮華化生)이라는 용어가 널리 쓰여 왔다. 강 교수의 영기화생은 연꽃도 영기에서 화생했다는 이론으로, 만물 생성의 근원을 연꽃이라 한 인도의 ‘연화화생’에 앞선 불교미술을 재해석할 근원적 패러다임이다.

출처 : 보호2032
글쓴이 : 보호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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